독일에서 추구하는 일과 삶의 균형

2017/05/16

 

 

그렇다. 진부한 주제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하는 건지 배우지 못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개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말이다.

 

 

우리는 자면서도 일하니까 24시간 일 하는 거야...

졸업하고 처음 입사해서 얼마 안 되었을 때다. 지금은 고참 차장님이 된 대리님들을 따라 모닝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지금은 끊었지만, 밤 새 온 메일을 확인하고 부장님께 눈도장을 찍은 후 슬며시 나가 피우는 모닝 담배는 빠질 수 없는 일과였다. 피곤에 절은 표정으로 어제는 몇 시에 퇴근했네... 밤 열한시에 자료 리뷰하고 새벽 몇시까지 수정했네... 아침부터 대리님들의 넋두리는 시작되었고, 직장 새내기인 나는 철없이 물었다.

 

 

"히... 그렇게 어떻게 살아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머리 속에 한 컷 남아 있는 장면의 대사는 그랬다.

 

"잠이라도 편하게 자면 좋지... 우리는 밤에 잘 때도 꿈에서 일을 하니까 24시간 일을 하는 거야. 너도 곧 익숙해질 거야."

 

 

딱 끊고 나오지 못 해서, 새벽 같이 일하고 일에 취해 자면서도 일을 하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하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고, 또 그걸 후배들에게 강요하면서,

악습은 반복되고, 사회는 잘못된 학습을 한다.

 

 

 

 

오늘은 토요일이라고!

얼마 전에 독일에서 처음 취직을 해서, 삶과 일의 균형이 가능하구나 하는 참 소중한 경험을 했다. 그런데 반 년여 공을 들여 준비한 온라인 샵이 오픈하여 실제 판매에 들어가자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첫 주문이 들어오고 두 번째 세 번째 주문이 들어오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일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소셜미디어를 동원하고, 웹사이트를 개선했다. 트래픽을 분석하고 틈만 나면 경쟁 사이트에 들어가서 벤치마킹을 하곤 했다.

 

그렇게 틈만 나면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어느 날.

 

"사위! 오늘은 토요일이라고! 또 웹사이트 들여다보고 있지?"

 

결국 장모님한테 한 소리 들었다.

 

한국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은 핑계였던가 싶다. 누가 강요하는 사람이 없어도 나 스스로 삶에 일을 끌어들여오고 있으니 말이다.

 

 


저녁을 즐겨라 ' 파이어아벤트'

독일에서는 퇴근을 하면서 동료들에게 파이어어벤트 (Feierabend)라는 말을 한다. 단순히 퇴근을 뜻 하는 말이고, 독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말 뜻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굳이 번역을 해 보면 참 부러운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저녁을 축하하다, 저녁을 즐기다" 영어로 하면 "Celebrate the evening" 으로 의미가 조금 더 와 닿을지 모르겠다.

 

 

"이제 그만 접고 저녁을 즐기러 가야겠어."

"어 그래 잘 즐기라고! 나도 곧 즐기러 갈거야 "

 

 

이 말의 유래는 힘든 육체노동을 하고 오후 6시가 되어 하루 일과의 끝을 알리는 종이 치면 일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고 맥주 한 잔씩 하던 데에서 왔다고 한다. 지금은 그저 퇴근이라는 말이라지만 부러운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가족과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문화.

나 한 사람 보다 내가 속한 집단의 목적 달성을 우선 시 하는 문화에서는 개인의 희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주말에 가족 간의 시간을 희생하고라도 회사에 나가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여겼다.

 

 

"그래, 얼른 가거라."

 

 

회사에서 부르면 모든 것이 용인되었다.

 

그래서 내 아이를 돌보기 위해 내는 육아휴직도 눈치를 봐야하고, 내 휴가도 내 마음대로 못 쓰는 것이다.

 

불과 몇일 전에 영동 고속도로에서 버스 기사의 졸음 운전으로 끔찍한 사고가 났다. 꼭 그 사고를 낸 기사 뿐이니라 보통 고속버스 기사들은 하루에 열 대여섯 시간 씩 운전을 한다고 한다.

 

여기 독일에서는 집단의 목적과 이해관계 보다 개인의 삶과 행복이 우선 시 되는 사회의 통념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후 5~6시면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종업원들도 돌보아야 하는 아이들과 가정이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면 이해가 된다. 이렇게 다 문을 닫을 때 내가 조금 늦게 문을 닫으면 손님들을 독점할 수 있을텐데도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고, 아무도 그에 대해 불만이 없다.

 

주말에는 장모님께 일한다고 판잔을 듣기도 하지만, 평일은 나도 어쩔 수 없이 오후 4시 언저리면 끊고 나와야 한다(7시 반 출근, 30분 점심시간). 4시 반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하기 때문이지만, 항상 정해놓은 시간보다 10분 늦곤 한다, 난 내 삶을 존중하는 연습이 아직 조금 더 필요하다.

 

 

 

업무 효율

한국의 긴 노동 시간과 반비례하는 업무 효율은 이제 뉴스 거리도 아니다. 지금 있는 곳에서는 야근의 개념이 없다보니, 주어진 시간 안에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일 하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을 한다. 밥 먹는 시간도 줄여서 하는 자발적인 집중이다. 이 전 회사에서 점심시간이 끝나면 무거운 발걸음으로 최대한 늦게 사무실로 돌아갔던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하루 일과를 접고 나올 때는 딱 한 시간만 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그렇게 딱 끊고 나오면,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 집에가서는 집안 일을 해야하지만,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면서 재충전이 되고, 머리 한 켠에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된다.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것은 개개인이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장점과 효용을 사회가 학습 해야 개개인도 떳떳하게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도 지금 학습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믿지만, 한 술 밥에 배부를 리는 없으니, 이렇게 삶과 일의 균형을 잘 맞추는 사회를 보면서 계속 자극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도 모닝 담배를 피울 새도 없이 집중해서 일 하고, 시간 되면 딱 나가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독일에서 일하기]
한국 그리고 독일, 일 그리고 삶, 관성대로 살지 않기
 

글 : 송현욱 (hionuk song)
홈페이지 : https://brunch.co.kr/@songhion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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