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빼고 독일을 말할 순 없다!

2017/04/23

 

필스, 라거, 바이첸, 헬레스, 엑스포트, 슈타르크, 쾰쉬, 알트, 둥켈... 독일하면 맥주다.

아니 맥주를 빼놓고 독일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적 사료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독일 사람들은 최소한 2,000년 동안 맥주를 마셨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기원후 100년 경 <De Origine et Situ Germanorum>(게르만 족의 기원과 현황에 대하여) - 줄여서 ‘게르마니아’ - 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에 라인강을 따라 살고 있는 금발에 파란 눈의 부족들이 로마군을 몹시도 괴롭힌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게르만족들이 보리나 곡식으로 만든 술을 즐겨 마시는데, 낮부터 밤을 새워 마셔도 취해서 망신을 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타키투스의 책 이외에도 고대 게르만족이 엄청난 양의 맥주를 소비했다는 고고학적인 증거들이 많이 남아 있다.

 

 

 

독일하면 맥주이고, 맥주하면 단연 뮌헨의 ‘옥토버페스트’가 유명하다. 해마다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면 전 세계에서 수 십 만의 인파가 뮌헨으로 몰려든다. 이유는 단 하나,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이다. 옥토버페스트의 시작은 1810년인데, 바이에른의 왕 루드비히 1세가 자신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으로 열었다고 한다.

 

 

맥주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맥주와 관련해 흥미로운 역사적인 사건들도 많이 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Reinheitsgebot’(라인하이츠-게보트)라는게 있다. ‘Reinheit’는 순수하다는 뜻이고 ‘Gebot’는 규정을 뜻한다. 대략 번역하면 독일의 맥주 ‘순수령‘정도가 될 것 같다. 순수한 맥주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재료를 제한하기 위한 일종의 ‘법령’이라고 보면 된다. 순수령이 처음으로 내려진 것은 1487년으로 바이에른의 공작 알브레히트 4세에 의해 시행되었다.

 

 

맥주 순수령은 얼핏보면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과 엄선된 재료를 사용해 질 좋은 맥주를 생산하기 위한 조치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러한 규제가 내려진 속사정은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다. 순수령은 보리가 아닌 밀이나 호밀을 사용해 맥주를 만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왜냐하면 밀과 호밀로는 빵을 만들어야 하는데, 맥주의 재료로 사용해 버리면 식량난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맥주 순수령은 맥주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 식량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맥주 순수령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거의 300년 동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순수령이 부각된 것은 맥주가 독일의 정체성과 민족주의에 대한 상징이 된 19세기에 와서의 일이다. 19세기 후반 독일을 구성하던 각 나라들은 통일된 독일제국을 만들기 위한 협상을 한다. 맥주가 독일의 민족주의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는 1871년 바이에른이 새로운 독일제국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맥주 순수령의 채택을 요구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1990년 동서로 나누어졌던 독일이 재통일되었을 때 다시금 맥주 문제가 불거졌다. 옛 동독지역의 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들 때 설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설탕은 맥주순수령에서 금하고 있는 재료이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 일은 ‘브란덴부르크 맥주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다.

 

 

독일은 지역에 따라 자신들 만의 고유한 맥주를 만드는 전통이 강하다. 프랑켄 지방의 작은 양조장들은 아직도 특별한 보리 맥아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맥주를 생산하는 곳이 있다. 바이에른의 밤베르크라는 작은 마을에는 ‘Rauchbier’(라우흐-비어)라는 맥주가 있는데, 일종의 훈제 맥주이다. 스모키한 맥주의 향이 아주 독특하다. 또 뮌헨에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수도사들이 만들었던 ‘아우구스티너’가 있고, 라인강 유역의 뒤셀도르프에는 흑맥주 ‘알트비어’가 그리고 쾰른에는 ‘쾰쉬’가 유명하다.

 

 

아주 흥미로운 사실은 아직까지도 독일 사람들은 맥주를 평범한 술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으로 생각한다. 라인강을 끼고 발달한 두 도시 쾰른과 뒤셀도르프는 기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런데 인접한 두 도시 간에는 라이벌의식이 존재하는데, 맥주를 시킬 때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뒤셀도르프 사람들은 흑맥주인 알트비어를 마시고, 쾰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맥주 쾰쉬를 마시는데, 혹여 뒤셀도르프에서 쾰쉬를 주문한다던지, 쾰른에서 알트비어를 주문한다면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문전박대를 당할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 KegWor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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